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Tags
소설
일본
표지
https://image.aladin.co.kr/product/7492/9/cover500/8934972203_1.jpg
2021.7
08
#김영하북클럽 #7월의책 선정. 이달의 책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장편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정했습니다. 2019년 여름에 저는 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부산 영도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서점에 들를 일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서점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아마 제목에 여름이 들어있어서 집어들었을 거예요. 서점 주인께서 추천하기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후로 저는 여름만 되면 이 소설이 떠오릅니다. 오감을 자극하여 마치 한여름의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거든요. 잘 쓰여진 소설은 우리의 감각을 풍요롭게 하고, 읽는 동안 우리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게, 마치 어디 멀고 조용한 휴양지에 와 있는 것처럼, 마음의 감각을  동원하며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다들 재미있게 읽으시고 7월 말 라이브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마쓰이에마사시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김춘미 #비채출판사

출판사 책소개

중요한 것들은 어쩐지 놓치기 쉬울 만큼 평범한 말로 얘기될 때가 많았다…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건축물처럼, 유구하게 흐르는 대하를 닮은 장편소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청년이다. 거대 종합건설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그렇다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딱히 없다. 유일하게 가고 싶은 곳은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선생의 건축 설계사무소뿐. 하지만 이미 일흔 남짓한 나이의 무라이 소장은 몇 해째 사사하고 싶다는 신입 및 경력 지원서에 한 번도 답을 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졸업작품을 동봉하여 이력서를 제출하고 어쩐지 채용이 결정된다. 소식을 전해주는 사무소의 선배도 입사가 결정된 ‘나’도 의아한 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앞둔 준비의 일환이었다. ‘나’가 존경하는 무라이 선생은 현시적인 화려함을 표방하는 압도적인 건축물이 아닌, 소박하고 단아함을 표방하는 건축, 튀지 않고 주변에 녹아드는 공간, 늘 쓰는 사람이 한참 지나서야 알아챌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는 편안한 집을 추구한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신입 건축가 ‘나’가 이러한 무라이 선생과 보낸 일 년 남짓한 시간과 삼십 년 뒤 ‘나’의 어느 날을 담고 있다. 삶과 맞닿은 건축을 꿈꾸는 사람들과 언제까지고 계속되었으면 했던 그 여름의 고아한 나날…… 한없이 결곡한 문장으로 빚어낸 순도 높은 청춘의 서사시가 전개된다.  “담백해 보이는 이 작품은 놀랄 만큼 풍요로운 색채와 향기, 아름다움에 차 있다. 무엇보다도 의식주 중 하나인 건축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재인식시킨다. 가구 하나하나, 가전제품……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건축도 일상의 삶을 풍요롭고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집이 집주인에게 영혼의 안식과 육체적 평안함, 기능적이면서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건축가의 삶의 자세에 직결된다.” _김춘미(옮긴이)
모든 이울어가는 것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진혼! 
준공되지 않은 설계도처럼 실현되지 않더라도 선명하게,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것…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는 서로 걸어가는 모습은 달랐지만 일본 현대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두 거장의 당당한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녹아 있다. 무라이 선생은 미국에서 더 주목받은 일본 건축가 ‘요시무라 준조’를 모델로 삼은 듯 보인다. 실용적 소박미를 떠올리게 하는 요시무라 준조는 건축가 김수근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여름 별장’의 원형은 실제 요시무라 준조가 가루이자와에 지은 ‘숲 속의 집’으로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나’가 실측한 선생의 작품인 아스카야마 교회는 ‘산리즈카 교회’의 재현이라 하겠다. 또한, 선생의 라이벌이자 대척점에 서 있는 건축가 ‘후나야마’라는 인물은 국립 요요기 경기장, 후지TV 빌딩 등을 설계한 ‘단게 겐조’를 연상시킨다. 작품에서는 경합 끝에 후나야마의 내로라하는 화려한 플랜이 채택되어 국립현대도서관으로 실현되지만, 작가는 의심할 나위 없이 무라이 선생의 건축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의 집을 요시무라 준조의 제자에게 맡겨 짓기도 했다.) 작가는 무라이 선생의 국립현대 도서관 플랜을 빌려, 실현되지 않더라도 실현된 듯 선명하게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그 무언가에 대해 정중하게 이야기한다. 언제 어디서든 해찰을 부리는 틈이라고는 없는 성실한 청년 ‘나’와 오랜 세월 묵묵히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건축가의 길을 걸어온 ‘무라이’ 선생의 만남은 언젠가 이울 것을 알면서도 한껏 뜨겁고 푸른 ‘여름’의 아름다움으로밖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